부득이한 사정으로 전월세 계약을 파기해야 한다면? 입주 전 가계약금 반환 문제부터 거주 중 중도 해지 시 중개수수료 부담 주체까지.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알아야 할 손해배상의 법적 기준과 현실적인 합의 요령을 정리했습니다.
이사 갈 집을 계약하고 왔는데 갑자기 지방 발령이 나거나, 더 좋은 집이 나타나서 계약을 물리고 싶었던 적 있으신가요? 혹은 잘 살고 있는데 집주인이 갑자기 나가라고 해서 당황스러웠던 적은요?
부동산 계약 파기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. 하지만 이때 ‘얼마나 손해를 보고 끝낼 것인가’는 법을 얼마나 아느냐에 달려 있습니다. 오늘은 입주 전과 입주 후, 시기별로 달라지는 손해배상의 룰을 아주 구체적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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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ASE 1. 입주 전: 계약금만 걸어둔 상태라면?
아직 잔금을 치르기 전, 계약금(보통 보증금의 10%)만 입금한 상태에서 파기하는 경우입니다. 민법 제565조에 따라 기준은 아주 명확합니다.
1. 세입자가 파기할 때 (계약금 포기)
단순 변심이나 개인 사정으로 계약을 취소하고 싶다면, 이미 지급한 계약금을 포기(몰수)해야 합니다. 예를 들어 보증금 3억 원에 계약금 3천만 원을 냈다면, 3천만 원은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.
2. 집주인이 파기할 때 (배액 배상)
반대로 집주인이 “집 안 팔겠다” 또는 “다른 사람에게 세를 놓겠다”며 파기한다면? 이미 받은 계약금을 돌려주는 것은 물론, 계약금과 동일한 금액을 위약금으로 얹어서(총 2배) 줘야 합니다. 이를 ‘배액 배상’이라고 합니다.
⚠️ 주의: ‘가계약금’만 넣었다면?
“계약금 3천만 원 중 100만 원만 먼저 가계약금으로 넣었어요. 파기하면 100만 원만 포기하면 되나요?”
→ 아닙니다.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, 비록 일부만 지급했더라도 해약금의 기준은 ‘약정된 계약금 전액(3천만 원)’으로 봅니다. 즉, 이론적으로는 나머지 2,900만 원까지 물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. (물론 실무에서는 합의로 가계약금만 포기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지만, 법대로 가면 불리할 수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.)
CASE 2. 거주 중: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 나가야 한다면?
이미 입주해서 살고 있는데 중간에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입니다. 이때는 ‘손해배상’의 개념이 조금 복잡해집니다.
1. 세입자 사정으로 나갈 때 (중도 퇴실)
원칙적으로 계약 기간은 지켜져야 합니다. 따라서 세입자가 먼저 나가겠다고 하면 집주인은 보증금을 바로 돌려줄 의무가 없습니다.
- 월세 부담: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질 때까지 월세를 계속 내야 합니다.
- 중개수수료: 관례상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는 부동산 복비(중개보수)는 나가는 세입자가 부담합니다. (집주인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는 차원입니다.)
2. 집주인 사정으로 내보낼 때
계약 기간이 남았는데 집주인이 “집을 팔아야 하니 비워달라”고 요구하는 경우입니다. 세입자는 이를 거절하고 계약 기간까지 살 권리가 있습니다. 만약 이사에 동의해 준다면, 세입자는 당당하게 ‘이사비용 + 중개수수료 + 위로금(알파)’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.
특수 상황: 집에 하자가 심각하다면?
단순 변심이 아니라 ‘집에 살 수 없는 중대한 하자’가 발생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.
- 누수/곰팡이 등: 수리를 요청했으나 해결되지 않아 도저히 거주가 불가능한 경우.
- 소음/악취: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환경적 결함.
이때는 임대인의 의무 위반(수선 의무 불이행)으로 간주되어, 세입자는 즉시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으며, 이사비와 중개수수료 등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. 단, 하자에 대한 증거 사진과 수리 요청 문자 내역 등을 꼼꼼히 남겨둬야 합니다.
특약이 답이다
법적인 기준은 이렇지만, 현실에서는 ‘합의’가 가장 빠르고 좋은 해결책입니다. 가장 좋은 방법은 계약서를 쓸 때 미리 특약을 넣는 것입니다.
“전세자금 대출 불가 시 계약금 전액 반환한다”
“입주 전 중대 하자 발견 시 위약금 없이 해지 가능하다”
이 한 줄의 특약이 나중에 수천만 원을 지켜주는 방패가 됩니다. 부디 감정 싸움보다는 현명한 대처로 소중한 자산을 지키시길 바랍니다.
